∟ 다시 돌아본 시절 2024. 11. 12. 23:28

..... 만년필 잉크 채우기 ....

[2020/05/17 22:49]

평소 조심성없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편은 아닌데,

만년필과 관련해서는 늘 조심성없는 나를 확인하게 된다.


컴퓨터부터 스마트폰까지 전자입력의 형태가 점점 늘어나면서,
연필이나 만년필처럼 직접 펜을 잡아 필기하는 경우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책상 주변과 손을 보면 그 반대로 주로 만년필을 쓰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많다.

왜 잉크는 여기저기 이토록 많은 흔적을 남기고,

왜 유독 내 손의 잉크는 이렇게 씻어내기 어려운걸까.

(묘하게 정작 잉크 박스는 다들 깨끗하다.)

정말 잉크 채울 때마다 일회용 장갑이라도 착용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심중이다.

∟ 다시 돌아본 시절 2024. 11. 11. 01:20

..... 편지 .....

[2020/06/21 11:34]

서랍 정리하면서 발견한 몇 통의 편지들.

내용은 당연히 기억이 없고,
심지어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할 수 없다.

내 기억력이 하위 1% 수준이라는 건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만,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었다는 건,
그럼에도 꽤 큰 충격이었다.

내게 <편지>라는 건,
그저 스쳐지나는 우연도 인연으로 바꿀 수 있는 의미를 지니기에.
하물며 편지를 보낸 이가 그저 스쳐지난 이도 아니기에.

평소라면 꺼내어 읽어보고 편지상자에 넣어두면 될 일이겠지만,

불편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기까지 한동안은 그조차도 어려울 듯 싶다.




 

∟ 다시 돌아본 시절 2024. 11. 10. 23:30

..... 복잡했던 천장 .....

[2020/07/24 13:13]

평소 천장 쪽에 시선을 두는 편도 아니라서 잘 몰랐는데,
도배하면서 보니 천장에 크고 작은 것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조명, 에어컨, 화재경보기, 스프링쿨러, 동작감지기, 환기시스템, 에어커튼.
의식하지 않아서 몰랐을뿐,
세어 보니 주방 포함 거실에만 무려 39개나 된다.

작업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아직 다 마르기 전이라 그 결과는 제외하더라도,
 초배지 작업 다시 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주방 상부장 몰딩에 보기 흉한 구멍낸 것도 그렇고,
 중문, 통창, 바닥, 아일랜드 등등 온통 풀칠투성이인 것도 그렇고,
 다시 끼운 조명이 3개나 불이 들어오지 않아 교체한 것도 그렇고,
 그 때 보니 부품 하나가 겹쳐 있어서 어딘가 하나 빠져있는 상태란 것도 그렇고.)
에어컨, 에어커튼, 큰 조명 등을 제외하고,
도배 전 약 30개 정도의 캡을 돌려 빼고 도배 후 다시 끼우는 것도 꽤 귀찮겠다 싶긴 했다.

중앙에 커다란 등 하나,
뭐 그런 이미지를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까지 복잡해졌을까.

물론 아직도 중앙에 커다란 등 하나인 집들도 있을테고,

타워형 구조라 좀 더 복잡한 걸지도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복잡해진 세상의 일면을 아주 살짝 스쳐본 느낌이다.



역시,
세월은,
나이는,

속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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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돌아본 시절 2024. 2. 13. 11:50

..... 보기 좋은 집 그리고 살기 편한 집 .....

[2020/03/14 00:06]

보기 좋은 것과 살기 편한 것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은 어디일까?

최근에 구해줘 홈즈를 시청하다 보면,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순간 감탄이 나올만큼 보기 좋은 집이 많지만,
이내 이런저런 점에서 보면 살기 편한 집은 아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타워형 아파트에 살면서,
보기 좋아서 선택했던 구조가 살기 편한 구조는 아니라는 걸,
좀 더 다수의 사람들이 판상형 구조를 선택하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충분히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그 때도,
살면서 충분히 체감하며 알게 된 지금도,
판상형이 아닌 타워형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달까.

예산, 교통, 학군, 다양한 기준들 사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다 보면,
가장 먼저 가장 손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게 '보기 좋은 것'일테고,
취향에 따라 편차가 큰 것도 '보기 좋은 것'일테니,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의 선택이라면 최적의 타협점은 '살기 편한 것'에 좀 더 근접할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아직 단순하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판상형이 아닌 타워형을 선택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것처럼,
언젠가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선택하고 만족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내 타협의 한계는 여기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