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문학 2024. 3. 20. 00:20

..... 기형도 ..... 가을에 .....

 
기형도 전집
1999년 기형도 시인 10주기에 맞춰 발행되었던 이 전집은 1998년 여름에 구성된 편집위원회가 유족들의 도움을 받아 기형도의 미발표 작품을 한데 모아 검토하는 작업 및 기존에 발행된 세 권의 책에 실린 작품들을 유고 원고와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 기형도의 작품들을 하나의 책으로 담아낸 것으로,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기형도 시인의 작품 세계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스물아홉 짧은 생애를 살다 간 그의 처음이자 유고 시집이 되어버린 《입 속의 검은 잎》,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5주기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 수록된 작품들과 그동안 세 권의 책에서 누락되었던 작품을 추려냄으로써 기형도 작품의 완결본을 내고자 했다. 시 20편과 단편소설 《겨울의 끝》을 새롭게 찾아내어 전집에 포함시켰고, 기자 시절 썼던 기사와 다른 자료와의 관련성이 애매모호한 메모, 사적인 서간 등은 논의 끝에 제외했다.
저자
기형도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0.02.28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幽靈(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音聲(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 관련글보기 : ..... 기형도 ..... ]

[2006/02/14 00:58]
[2008/01/15 02:40]
[2011/03/15 18:59]